필요조건과 필요충분 조건
필요조건(necessary condition)이란,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특정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 조건을 말합니다.
충분조건(sufficient condition) 이란, 사건의 발생을 위해 그 조건이 주어진다면 사건이 발생한다는 조건을 말합니다.
현대 의학이 질병을 치료하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의학을 비롯하여 여러 분야들이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합니다. 예컨대, 부모가 아이의 복통을 치료해 주려고 약을 먹이고, 더 나아가 복통을 없애는 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강구합니다. 달리 말하면 부모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충분 조건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부모는 복통의 원인이 될 만한 여러 요인을 조사합니다. 먹은 음식의 종류별 분석, 몸 상태, 위생 상태 등을 조사하여 상황을 설명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복통을 일으킬만한 조건들에 관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이 모두 복통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건들을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나누어 고찰합니다.
(필요조건) "A는 B에 인과적으로 필수적이다"는 "A가 없으면 B가 발생하지 않는다."를 의미합니다.
(충분조건) "A는 B에 인과적으로 충분하다."는 "A가 발생할 때마다 B가 또한 발생할 것이다."를 의미합니다.
필요조건, 충분 조건 외에도 필요충분조건이 있습니다. 예컨대, 농구 경기에서 상대방보다 많은 득점을 하는 것은 승리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즉,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득점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보다 많은 득점을 하는 것은 승리하는데 충분합니다.
이와 같이 인과 관계를 엄밀하게 추적하지는 않아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원인을 찾는 작업을 늘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납 논증은 원인에 관한 추리에서 두드러집니다. 코난 도일의 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사건의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그의 친구 왓슨을 계속해서 놀라게하곤 합니다. 다윈도 인류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현상의 원인들을 규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종의 기원> 서두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동종의 개체들 혹은, 우리가 오랫동안 재배하고 키워온 식물이나 동물의 하위 이변종(sub-variety)들을 비교할 때,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첫 번째 사항은 이것들이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 있는 어떤 종의 개체들보다 서로간에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재배해왔고 아주 다른 기후와 보살핌으로 오랫동안 다양해진 동식물의 엄청난 다양성을 생각해 본다면, 이 엄청난 다양성은 자연 상태로 노출되어 온 종들처럼 균일하지 않고 어느 정도 다른 조건 하에 가정에서 양육한데 기인한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
다윈은 집에서 기르는 식물과 개와 같은 가축 구성원들의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예컨대, 코끼리와 같은 야생종의 경우 아시아종과 아프리카 종 두 종류 밖에 없는데, 개는 그 유형의 범위가 훨씬 다양합니다. 다윈에 의하면, 한 종류 안에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야생종이 노출되어 있는 조건들보다 훨씬 다양한 조건들 아래서 식물이나 짐승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세계 전역에서 오랜 세월 개를 스포츠용, 전시용, 애완용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길렀는데, 코끼리는 제한된 장소에서 고도로 특화된 환경에서만 번성했다는 것입니다.
다윈이 진화 과정을 연구하여 찾은 다양한 이유들이 바로 원인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결과라고 한다면 그는 그렇게 된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한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장 흔한 귀납 논증이 인과 논증입니다. 물론 D.Hume이 지적한 것처럼, 귀납 논증의 정당화과 어려운 만큼 원인 규명의 문제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통 "a가 b의 원인이다."는 "a가 일어날 때마다 항상 b가 일어난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보다 엄격하게 말하면, "a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b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밀은 인과 관계를 정리하여 다섯 가지 방법, 즉 일치법, 차이법, 일치 차이 병용법, 잉여법, 공변법을 제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