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기술

 

논증, 설명, 기술의 차이

 

일견 논증과 유사해 보이지만 논증이 아닌 개념이 설명 또는 기술입니다. 이 개념들은 자연 과학, 사회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설명은 사건이나 현상을 알기 쉽게 지시하려는 목적으로 문장들을 나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달리 기술은 사건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문장들을 나열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설명하고 기술하는 과정에서 '그러므로'와 같은 접속사를 잘못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개념들과 논증의 차이는 논증에서는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작용하는데 기술과 설명에는 이런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설명과-기술

 

 

1. 설명이란 무엇인가

 

설명의 정의

사건이나 현상을 알기 쉽게 제시하고 나열한 문장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성근이는 지난밤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늦잠을 잤습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등교를 서둘렀는데 하필이면 버스가 고장 나고 막히는 바람에 30분이나 지체되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뛰어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릎 통증 때문에 빨리 걸을 수 없었고 결국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게 된 까닭을 물었습니다. 성근이는 늦잠을 잤고, 버스 고장 때문에 지체되었고 넘어져서 무릎을 다쳐서 빨리 걷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은 성근이의 설명을 별 이의 없이 수용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근이의 설명은 논증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성근이가 한 진술들은 전제가 아니고 지각했다는 것도 결론이 아닙니다. 

 

논증이 설명과 혼동되는 주요 원인은 둘 다 '왜냐하면', '그러므로'와 같은 접속사를 사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즉 설명과 논증 모두 'X 왜냐하면 Y'의 형태로 정식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X가 참이라는 것을 확립하고자 하고 Y가 그 증거로서 제공된다면 'X 왜냐하면 Y'는 논증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X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간주하지만 왜 Y인지 설명하고자 한다면 'X 왜냐하면 Y'는 설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설명과 논증에 관한 예시 문장

(1) 어떤 사람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2) 히틀러의 나치 정부는 멸망하였다. 왜냐하면 나치 정부는 제국주의를 표방했고 인종주의를 숭배했기 때문이다. 

 

 

 

(1)은 논증이고 (2)는 설명입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은 증명이 필요 없고 이 전제로부터 '어떤 사람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가 도출됩니다. 그러나 (2)에서 "나치정부는 제국주의를 표방했고 인종주의를 숭배했다."가 '히틀러의 나치정부는 멸망하였다.'를 확립하기 위한 증거로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왜 히틀러의 나치 정부가 멸망하였는지에 관한 단순한 설명입니다. 

 

 

 

2. 기술이란 무엇인가

 

기술의 정의

사건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고 제시한 문장

 

 

기술은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나열하듯 늘어놓는 것을 말합니다. 논증과 기술도 혼동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에는 '왜냐하면'이라는 접속사가 없기 때문에 구별이 비교적 쉽습니다. 기술은 논증과 달리 전제와 결론의 구분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술의 예시 문장

갑돌이는 야구 선수이다. 그는 훌륭한 타자이다. 그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1루수이다. 올해 메이저 리그에 처음 진출했다. 현재까지 10개의 홈런을 쳤다.

 

 

위의 문장들은 갑돌이라는 야구 선수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어떤 논증이나 설명 없이 상황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 실험의 결과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작업, 생물학자의 자연 현상 기록, 고고학자의 발굴 작업 기록 등은 기술의 특징적 성격을 확인해 주는 좋은 예들입니다.